스포탈코리아=상주] 윤진만 기자= 20일 만의 기적이다. 지난 3월 15일 개막전에서 모래사장을 연상케 하는 경기장 상태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상주시민운동장이 녹색 그라운드로 탈바꿈했다.

16일 상주-대전전이 열린 상주시민운동장에 들어서는 길, 눈앞에는 여느 월드컵경기장 못지않은 잘 다듬어진 녹색 잔디가 펼쳐져 있었다. 잔디 전면 보수 공사가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, 이 정도로 단기간에 제모습을 갖출 것이라는 예상을 하지 못했던 터라 다소 놀랐다. 경기 전 상주시민운동장의 잔디 상태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던 대전 구단에서도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릴 정도로 놀라운 변신이었다. 대전 왕선재 감독은 경기 전 “대전월드컵경기장보다 더 좋은 것 같다”라며 은근한 부러움을 나타냈다.

상주는 입찰을 통해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를 담당하는 등 잔디 공사계에서는 으뜸으로 꼽히는 (주)한울스포츠잔디를 적임자로 택했다. 한울스포츠잔디는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상주시민운동장의 잔디를 모두 들어내고 상주의 토지, 기후에 적합한 켄터키 블루 그라스 잔디를 새로 깔았다. 공사 비용만 약 5억 원이 들었다. 이들은 16일 대전전까지 잔디의 본색을 갖추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사에 몰두했다. 그 결과 약 20일 만에 녹색 그라운드가 완성됐다.

잔디 개막전에 대한 기대가 컸다. 상주는 이날 한우 시식회를 여는 등 풍성한 축제로 한껏 분위기를 띄었다. 상주 시민들은 새로 깐 잔디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. 경기는 아쉽게도 0-0 무승부로 끝났다. 하지만 잔디 상태에서만큼은 합격점을 받았다. 프로축구연맹 안기헌 사무총장은 “전북, 성남 등 잔디 보수에 성공한 구단들의 사례를 잘 벤치마킹(Benchmarking)한 것 같다. 상주시와 구단이 함께 노력한 결과”라며 성과에 흡족해했다.

아직 완벽하진 않다. 가야 할 길이 멀다. 잔디가 제대로 땅에 뿌리 내리지 못한 탓이다. 상주시 관계자는 현재 70~80% 정도만 뿌리내렸다고 했다. 겉보기에는 완벽한 녹색 그라운드이지만, 그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허점이 보인다. 잔디의 길이가 다른 경기장에 비해 긴 것은 선수들이 경기하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된다. 상주-대전전에서 선수들은 낮(1시) 경기라는 점 이외에도 다른 경기장과 다른 잔디 상태로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.

이수철 감독은 경기 후 “시각적으로 축구할 맛이 난다”라며 경기장의 성공적인 변신에 만족을 표하면서도 “공이 잔디에 걸려서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. 몇몇 잔디는 일어나기도 했다. 하루빨리 잔디에 적응을 해야 할 것 같다”라고 걱정을 표했다. 하지만 그는 이내 “30일 수원전에는 잔디가 완전히 자리 잡을 것 같다”라며 기대감에 찬 표정을 지었다. 그는 '20일 만의 기적'을 이룬 시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면서 승리로 보답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.

사진= 상주시민운동장의 녹색 그라운드 ⓒ스포탈코리아